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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2] 초보 개발 PM의 적응기 | 결국은 커뮤니케이션

사람의 사고는 자신이 보고 듣는 것에 따라 한정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사고의 폭은 곧 그 사람의 언어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목표를 이루어나갈 때,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것은 커뮤니케이션이다.

 

내가 생각하는 커뮤니케이션이란, 단순히 말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고, 서로 원하는 바를 조율해 나가는 과정이다. 개발 PM으로 일하면서 이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뼛속 깊이 실감할 수 있었다. 사실상 개발 PM의 핵심 업무가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10개 팀, 10개 이상의 방향성

 

이번 프로젝트에서 협업해야 할 팀은 10개 이상이었다. 팀이 많아질수록 프로젝트의 방향성도 팀 개수만큼 나오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이 다양한 의견을 어떻게 조율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서 프로젝트 담당자들끼리 먼저 모여, 이번 프로젝트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는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각자의 목표와 우선순위를 조율했고, 프로젝트의 큰 그림을 정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하다 보니, 이후에 말을 꺼내는 것도 훨씬 수월해졌다.

이후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담당자들을 정했다. 하지만 누구의 담당이라고 하기 애매한 업무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새롭게 고려해야 하는 사항들은 늘 생기게 마련이다. 이런 경우, 개발 PM이 중간에서 필요한 업무를 정리하고, 관련 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PM은 인간 로드밸런서

예를 들어,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기존 서비스가 없어지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기존 서비스에서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었지만, 초반 기획 단계에서 고려되지 못했던 것이다.

이 기능을 포함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위해 담당 기획자와 이야기했다. 논의 끝에 해당 기능이 꼭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문제는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나는 지금의 개발 일정과 리소스를 고려하면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기능을 추가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동시에, 앞으로 개선할 때에도 부담이 적은 형태로 구현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했다.

개발 PM이 이런 역할을 할 때 중요한 것은 두 가지였다.

  1. 이 기능이 정말 필요한가? → 관련 담당자들과 논의하며 우선순위를 확정
  2. 누가 개발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가? → 비슷한 기능을 만들고 있거나 관련 경험이 있는 개발자를 우선 고려

결국 개발 PM은 요청을 직접 처리하거나, 적절한 팀원에게 분배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마치 프록시나 로드밸런서가 들어오는 트래픽을 적절한 서버로 배분하듯이, 나는 요청들을 적절한 방향으로 흘려보내는 인간 로드밸런서가 되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팀원들이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그리고 각자의 강점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었다. 서로의 역할을 깊이 이해할수록, 더 효과적으로 요청을 조율할 수 있었다.

용어와 프로세스의 차이에서 오는 오해

두 번째로 겪은 어려움은 용어나 프로세스 차이에서 오는 커뮤니케이션 오해였다.

예를 들어, 앱 개발자와 웹 개발자는 비슷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개발 방식도 다르고, 사용하는 언어나 프레임워크, 툴이 전혀 다르다. 그렇다 보니 같은 개념을 두고도 서로 다르게 이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나는 회의 중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나 개념이 나오면, 관련 논의가 끝난 후라도 꼭 다시 질문했다. 처음에는 사소한 것 같았지만, 이렇게 계속 질문하고 이해하려고 하다 보니 점점 서로의 상황을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비슷한 논의가 다시 있을 때도 더 빠르고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결국은 태도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당신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요."

 

이 마음을 가지면, 그것은 반드시 태도로 드러나게 되어 있다.

우리는 대부분 온라인 메신저로 대화했기 때문에 표정을 볼 수는 없었지만, 태도는 메신저를 통해서도 충분히 전달될 수 있었다.

  •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려는 마음
  • 내가 이해한 바를 한 번 더 확인하는 태도
  • 잘못 이해한 부분이 있다면 인정하고 바로잡는 태도
  • 상대방이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할 때, 다른 용어와 표현을 사용해 다시 설명하려는 태도

이런 태도들이 쌓이면, 결국 서로의 말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온다.

 

올바른 커뮤니케이션, 스스로 점검하기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커뮤니케이션에서 100% 정성을 쏟기는 어렵다. 업무량이 많아질수록 대화 하나하나에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적어도 이 스레드에서는 서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짚고 넘어가자는 원칙을 세웠다. 이렇게 꾸준히 커뮤니케이션을 점검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후반으로 갈수록 서로의 생각이 점점 맞아떨어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결국,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힘은 얼마나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했느냐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배우는 중

PM을 하면서 개발적인 지식도 물론 중요하지만, 결국 모든 문제는 커뮤니케이션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고 있다.

나는 여전히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 중 특히 커뮤니케이션에 강점이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의 방식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어떤 사람은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많아, 동료들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그 덕분에 논의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일의 진행도 수월해진다. 반면, 또 어떤 사람은 문서화를 철저히 해, 단순히 한 번의 대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도 참고할 수 있는 체계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만들어간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방식이 아니라, 서로의 말을 이해하고자 하는 진심이 아닐까.
그 진심만 있다면, 어떤 방식이든 더 나은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

 

다음 글은 어쩌면 가장 이번 시리즈의 핵심이 될 이야기다. 내가 과연 잘하고 있는지 매일 밤 고민했던.. 개발 PM의 위기편!


앞으로의 이야기

0️⃣ 개발 5년 차, PM을 맡다 | 초보 개발 PM의 고민과 성장
1️⃣ 초보 개발 PM의 파악기 | 개발 PM이 하는 일
📌  초보 개발 PM의 적응기 | 결국은 커뮤니케이션
3️⃣ 초보 개발 PM의 위기 | 내가 과연 잘하고 있는 걸까?
4️⃣ 초보 개발 PM의 끈기 | 반드시 배포는 해야 합니다
5️⃣ 초보 개발 PM의 성장기 | 더욱 강해졌다, 그리고 커리어의 다음 단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