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포를 미루면 저희가 더 힘들어질 것 같아요. 예정대로 배포는 해야합니다."
완벽한 스펙의 적용보다 중요한 건 기한 안에 예정대로 작은 규모의 스펙이라도 배포하는 것이다.
완벽하게 하기 위해 일정을 더 늦추면 그만큼 더 완벽해질 것 같지만,
시간이 늘어난다고 꼭 완성도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년간의 프로젝트 경험으로 배웠다.
최소한의 스펙으로 사용자에게 빠르게 닿는 것이 더 좋은 스펙으로 발전하는 좋은 방향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간점검이 끝난 뒤, 우리 팀은 마치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각자 맡은 영역에서 속도를 끌어올렸고, 나는 정리가 필요한 스펙들을 기획자들과 논의했다.
“이건 지금 아니어도 된다” 싶은 건 과감히 Phase 2로 넘겼다.
프로젝트 보드에 빼곡하던 할 일 카드들이 하나둘 사라졌다.
끝이 보이지 않던 터널이, 아주 멀리지만 희미하게 출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네? API 지원이 안된다구요?
그러다 예고 없이 터진 타 부서 API 지원 이슈.
타 부서의 일정상 API를 지원해주지 못하는 상황이라 초기 스펙대로 구현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꼬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다들 머리를 맞대어 “Phase 1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만 남기는 방식으로 스펙을 재정의했다.
모두가 정신없이 바쁜 상황이었지만 같은 목표를 향해 가고 있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QA 시작일은 금세 다가왔다.
우리 팀은 개발과 QA를 동시에 진행하는 초고속 모드로 전환했다.
QA 가능한 부분은 리스트업해 우선순위를 주었고, jira 칸반보드로 이슈를 실시간으로 추적했다.
UI 성능 이슈, 부하 테스트, API 배포 파이프라인 점검, 로깅 작업 등
모두가 각자의 영역에서 필요한 부분을 찾아 대응하고 공유했다.
마치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처럼 우리팀의 팀워크는 점점 고조되었다.
틈틈이 자체적으로 개밥먹기도 했다.
신규 기능을 직접 써보며 어색한 동작이나 개선 포인트를 발견할 때마다 “이건 고쳐야겠다”는 메모가 늘어갔다.
10월과 11월, 우리 팀은 불타올랐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모두가 자기 영역에서 전력을 다했다.
배포 날짜가 다가올수록, 오히려 프로젝트는 더 단단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배포 당일. 회의실에는 팀원 전원이 모였다.
제가 배포 버튼 누를게요. 딸깍
스스로 배포 담당을 자처한 ‘배포운 좋은’ 동료가 있었다.
모두가 숨죽여 지켜보는 가운데 배포 버튼이 눌렸다.
에러 로그 없이, 화면이 정상적으로 뜨는 순간—
우리는 웃었고, 서로를 바라봤고, 긴장이 풀린 숨이 한꺼번에 흘러나왔다.
그날 저녁, 함께 먹은 회와 소주는 올해 들어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다.
모두가 몰입해서 이뤄낸 성과, 이 경험은 우리팀의 앞으로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그리고 나는 이 경험을 통해 성장했을까?
다음 편에는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앞으로의 이야기
0️⃣ 개발 5년 차, PM을 맡다 | 초보 개발 PM의 고민과 성장
1️⃣ 초보 개발 PM의 파악기 | 개발 PM이 하는 일
2️⃣ 초보 개발 PM의 적응기 | 결국은 커뮤니케이션
3️⃣ 초보 개발 PM의 위기 | 팀워크가 무너진다는 말이 들려왔다
📌 초보 개발 PM의 끈기 | 반드시 배포는 해야 합니다
5️⃣ 초보 개발 PM의 성장기 | 더욱 강해졌다, 그리고 커리어의 다음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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